무신삼월일기(戊申三月日記)
무신삼월일기(戊申三月日記) 마지원(馬志遠)
余嘗遊於翰墨之場晩搆林泉之間而閉戶數載矣適謗故舊於湖西之境命一馬一僮此童僕匹治裝登程時卽戊申三月十二日也卽抵完府歷見晩谷李上舍宇濟而留宿翌日轉往高山歷弔具喪制德明家因向恩津狐谷途中山川觸物莫非秀麗也至牛月場村留宿於德亨家明日因向公州纔到大井村滯雨留宿於金益煥家大亂騷說播傳避亂人民勿論上下彌滿山野誠可痛歎也經夜後風雨大作數日不霽不得出入村氓皆以避亂煩說日甚不忍耳聞也十六日朝後邑吏來爲問安略問亂變之說連山尼山恩津等邑上下人民自十一日避亂者男負女戴道路彌滿山野成列所見之慘驚不可言形無根浮說累月騷擾悲憤所激不可勝度 國家晏然南北無警而人民自怯於虛誕騷說有此離散之境人心之無恒從此可想也十七日快霽朝後林生宗郁來傳淸州陷城而賊兵殺兵守營將虞侯則擧兵投降之說聞而歸來云故大責林生未抵公州卽欲旋裝微有身恙爲主所挽留連日暮時因邑人亦聞淸州消息果若前言然而猶未的知亦不無疑訝之心也十八日早朝邑人來傳曰十五日夜賊兵陷淸州襲殺兵守營將關文來到本邑云關文則忠淸監司關文內辭意凶檄凶關遍行道內云聞則天地蒼茫日月晦暝也林生所傳果非虛言耶近日天變無月無之而一自掛書之後人心之騷亂極矣到今逆竪出頭人皆喪膽痛泣三南數千里之地曾無一介男兒耶傳曰十室之邑必有忠信千里之方豈無奮義殉節之士乎淸州兵守營將是可謂忘身殉國者也死何愧哉三百年禮養之國何如是一朝陸沉耶所聞慘功鳴咽哽塞於中也卽日決意倡義心度當時人物材智一無可合勠力者也敢搆發文發行大井村卽十九日也翌日午前卽抵晩谷見李上舍宇濟曰當此逆變之日三南鼎沸諸郡響應國家危亂亦涉可慮一無伏義之男兒豈不慨嘆也死無愧於馬革裹尸生報勳於竹帛垂名寧非大丈夫之事耶李上舍曰吾亦斟酌久矣智窮計拙不可獨辨而揣度人物無一可合者惟兄則義節智略過人也卽欲相議而待兄返旆已久然事將奈何余以所著發文出袖示之觀畢曰正合吾意也如是論難之際有人叩門見之則家僮壽福也來爲問安而卽上家信開見書義則以避亂之意速裝還家云旋答家書遺戒子姪曰吾嘗就於師門學以孝父忠君字吾年四十有七奄遭兩親喪旣久一無孝忠之道而當此變亂之日社稷之危朝不慮夕吾當致力於國亂而汝當善修學教毋失先業可也卽命奴還送招以家僕力强者七名一匹總馬卽二十日也卽以發文輪回于各邑馳入府內歷閱軍案與兵器鍊鈍修闕收合軍卒以四月初十日行師次與巡相日日鍊習之際見此破賊關文而乃止卽四月初六日也
나는 일찍이 글을 짓는 자리로 떠돌아다니다가 만년에 산천의 숲과 샘 사이에서 수년 동안 문을 닫고 지냈다. 마침 옛 친구가 충남 호서의 지방에 말 한필과 동자 하나를 데리고 가는데 꾸짖어 나무랐다. 이 사내종과 말한 필을 이끌고 행장을 차려 길을 떠날 때가 무신(1728)년 3월 12일이었다. 곧장 완산 전주부에 이르러 두루 돌아보고 진사 만곡 이우제(李宇濟) 집에서 도움을 받아 머물러 잠을 자고 다음날 높은 산에 올라가서 돌아다니다가 덕이 많고 명성이 있는 집의 상주에게 조문하며, 그길로 논산을 향하여 은진호곡 여우 골의 길 중간에 산과 냇물이 보이는 것마다 수려하고 빼어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매월 소시장이 열리는 마을에 이르러 덕이 형통한 집에 머물러 잠을 자고, 다음날 그대로 공주로 향하여 겨우 대정촌에 이르러 빗길에 막혀 김익환(金益煥)의 집에 머물러 잠을 자는데, 큰 난리로 떠들썩하게 시끄러운 소문이 널리 퍼져 난리를 피하는 백성들이 위아래는 물론 산과 들에 가득 차 진실로 가히 통탄할 일이었다. 밤을 지낸 후 비바람이 몹시 불고 비가 많이 쏟아져 며칠 동안 비가 개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오고가지 못하였는데, 시골사람들은 모두 다 난리를 피하므로 쓸데없는 너저분한 잔말들이 날로 심하여 차마 귀로들을 수가 없었다. 16일 아침식사 후 고을읍내의 아전들이 와서 문안 인사하였다. 간략히 변란의 말에 대하여 묻자 충청도 논산시 연산면, 니산(노성)면, 은진면 등 고을의 위아래 백성들이 11일부터 변난을 피한 것이고 남자는 등에 지고 여자는 머리에 이고 길에서 대열을 지어 산과 들에 가득 찬 것을 보고서는 참혹하고 놀라는바 근거 없는 뜬소문이 말로는 어떻게 형용할 수 없었다. 여러 달 동안 여럿이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워 일어나 슬프고 분하여 격분한 바를 어찌할 도리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나라는 그렇게 편안하여 남북에서 아무런 오랑캐 침범의 경보가 없었는데도 백성들이 스스로 아무것도 없이 허무하게 떠들썩한 시끄러운 소문에 겁을 먹고, 이에 헤어지고 흩어지는 지경에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에 항심이 없어 이를 따르는 것을 가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17일 심하게 내린 비가 개이고 아침식사 후 생원 임종욱(林宗郁)이 와서 청주 성이 빼앗겨 함락 되었다고 전하였고, 적병들이 병마절도사와 진영장의 우후를 죽이고 군사를 일으킨 적에게 항복하였다는 소문을 듣고서 돌아왔기 때문에 크게 꾸짖었는데 생원 임종욱은 공주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고했다. 곧 작은 행장을 꾸려서 돌아가려하다가 몸이 아파서 주인에게 이끌리는바 계속 머무르다 날이 저물어갈 때 고을읍에 사람들로부터 또 청주소식을 들고 과연 이전의 말과 같이 그러하였으니, 다만 확실히 알지는 못하나 또한 의심스럽고 이상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18일 이른 아침에 고을읍 관리인이 와서 전하여 말하기를 “15일 밤에 적병이 청주를 습격하여 병사와 병영을 지키는 장군을 살해하고 함락시켰다.”는 관문의 공문서를 보내 본관아 고을읍 관리가 도착하여 말하였다. 관문의 공문서는 곧 충청도감사의 관문으로 안의 내용이 “흉악한 역적의 격문과 사악한 역적의 관문이 도내에 여러 가지 말들로 두루 돌아다닌다.”는 말이었다. 듣자면 하늘과 땅 넓고 멀어 아득하고, 해와 달은 어둡고 캄캄하다. 생원 임종욱이 전했던바가 과히 헛된 빈말이 아니었던 것이구나! 요즈음 하늘의 재변이 달마다 그렇지 않은 때가 없었다. 한결같이 괴이한 문서를 붙인 후부터 인심이 혼란하여 떠들썩한 시끄러운 소리가 극에 달했다. 지금 역적이 몸소 관아에 나타나 사람들이 모두 다 간담이 섬뜩하여 비통하게 통곡하는데,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삼남의 수 천리의 땅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일개의 남자다운 남아가 한사람도 없었던가? 전하는 말에 “열 집밖에 안 되는 작은 마을에서도 반드시 믿을 수 있는 충신이 있다.”고 했는데 천리나 되는 먼 지방에서야 어찌 나라를 위해 의리를 떨치고 목숨을 바쳐 순절하는 선비가 없겠는가? 청주의 병영을 지키는 진영의 장군 이분은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순국자라고 이를 만하도다. 죽음이 어찌 부끄러울 수 있겠는가? 300년 동안 예의의 나라에서 길러왔는데 어찌하여 이와 같이 하루아침에 함락되었는가? 참혹한 공력을 듣는바 아! 오열하고 흐느껴 우는 가운데 목이 메인다. 당일 뜻을 결정하여 굳은 마음을 헤아려 의병을 일으킬 마땅한 때에 재주와 지혜가 하나도 없는 인물들도 가히 합력하여 힘을 모아 다 해야 할 것이다. 감히 대정촌에서 격문의 공문서 글을 지어 발행해서 보낼 때가 즉 19일이었다. 다음날 오전에 곧 만곡 이우제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진사 이우제에게 말하기를 “이 반역의 변란이 일어나는 날을 당하여 삼남의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에서 여론을 요란하게 들끓어 모든 고을 군이 호응하므로 국가는 위태롭고 어지럽도다. 또한 피를 흘려 가히 죽음의 의로움에 복종하고자 하는 사내다운 남아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어찌 개탄하지 않겠는가? 전쟁터에서 싸우다 죽는 마혁과시의 죽음은 부끄럽지가 않고 살아서 공을 세운 기록을 역사에 이름이 기록되어 후세에 길이 남기는 영광의 보답을 받는데 어찌 대장부의 일이 아니겠는가?” 진사 만곡 이우제가 말하기를 “나 또한 짐작한지가 오래되었소! 지혜는 다하여 궁색하고 계획은 졸렬하여 혼자서 판단할 수가 없어 추측하는 인물들에 합력할만한 적합한자가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이오! 오직 형씨뿐으로 의로운 절개와 슬기로운 계략이 남보다 뛰어납니다. 곧 서로 의논하고자하였고 형씨를 기다려 깃발을 앞세워 개선하여 돌아오는 그러한 일이 이미 오래되었소! 그럼 장차 내가 어찌 해야겠소?” 했다. 격문의 공문을 지어 발행해서 보냈던 글을 소매에서 꺼내어 보여주자 그것을 다 읽어보고 나서 말했다. “내 뜻에 딱 들어맞습니다.” 이와 같이 논란할 때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그곳을 바라보니 서울에서 온 나의 집 어린 사내종 수복이었다. 들어와서 문안 하고 곧 서울의 나의 윗집에서 가지고온 의로운 편지를 열어보니, 곧 피란을 가라는 뜻으로써 속히 행장을 꾸려 집으로 돌아오라고 말하였다. 내가 얼른 대답하기를 나의 집에서 편지를 전한 아들과 조카에게 훈계하며 말하였다. “내 일찍이 스승에게 학문을 배우러 나아갈 때 부모에게 효도하고 임금에게 충성하라는 글자를 배움으로써 나는 47년간 살아오는 동안 갑작스럽게 양친부모가 돌아 가신지가 이미 오래되어 한 번도 충성과 효도의 도를 나타내 본적이 없었는데, 이러한 변란이 일어나는 날을 당하여 나라의 사직이 위태로워 아침에 저녁 일을 생각할 수 없으니, 나는 당연히 나라가 어지러운데 힘써 진력하고, 너희는 마땅히 학문의 가르침을 잘 닦아서 조상들이 남긴 유업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즉시 노비를 불러 돌아가기를 명령하고 가정집의 사내종 중에 힘이 강한 자로써 7명이고 말은 총 1필로 이제 20일이 되었다. 즉시 발행한 격문의 공문통지서를 각 고을읍으로 순회하며 보내고서 말을 달려 전라감영 전주부내 안으로 들어가서 두루 살펴보고, 군의 군적명부와 더불어 녹슬어 무디어진 병기를 연마하고, 허물어졌던 대궐을 수리하여 군졸들을 거두어 모아 합하여 4월 10일에 군사를 총출동한다고 한 다음 더불어 전주감사인 순상 정사효(鄭思孝)와 함께 나날이 연습할 즈음에 이러한 적들이 파멸되었다는 관문의 공문서를 보고서 이에 멈추었는데 즉 4월 6일 이었다.
무신3월일기(戊申三月日記) 馬志遠(마지원)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八世孫 硄德 永鉉 謹譯 (8세손 광덕 영현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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